투자일지

SW 엔지니어의 투자가 힘든 까닭은 (feat. TIGER TOP10)

게으른 투자자 2020. 12. 4. 23:31

4월 말부터 투자를 이어오면서 느낀점 중 하나는 '심리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SW 엔지니어기 때문에 특히 더 힘들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알고리즘을 짜서 자동화하는 것이 SW 엔지니어의 일인데, 투자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고민하고 실험해서 만든 로직으로 주식을 매수해도, 결과가 최적일리가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코스피는 오늘도 신고가를 경신했다. 시총 상위 우량주, 특히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의 상승세가 거친데, 이 종목들을 포함한 TIGER TOP10은 11월 13일부터 오늘(12월 4일)까지 Envelop의 상단을 타고, RSI 70, Stochastic Slow 80을 초과한 상태로 미친듯한 질주를 보여주고 있다.

 

RSI 65 초과 구간에서의 상승폭은 반납할 가능성이 높다는, 과거에 내린 결론에 따라, 며칠 전부터 TIGER TOP10을 조금씩 매도하여 TIGER 미국나스닥100으로 갈아타고 있다. 그런데 오늘까지 2.62% 상승하는 것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꼈다. 결과론적으로 최적의 선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조정이 온다고 해도 폭이 크지 않을 것 같다. 환율 하락에 따른 외국인의 유입, 부동산 시장 규제에 의한 주식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시총 상위 우량주의 좋은 실적 전망 등 상승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식은 복잡계이고 변수가 너무 많아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과거의 지표를 보고 확률을 높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확률이기에 최적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고민을 압도하는 투자법은 장기투자 밖에 없는 것 같다. 20~30%를 벌겠다고 투자하면 타이밍이 자꾸 신경쓰이지만, 2배, 3배, 10배 벌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며칠사이 10~20% 왔다 갔다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래도 싸게 사고 싶은 욕심은 버리기 힘들지만...

 

최근엔 현금 비중 없이 그냥 월급 나오면, 보너스 나오면, 배당금 나오면, 그 때 가격으로 사버리는, 존리 대표가 추천한 방법이, 장기투자하는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다만 10개의 종목에 투자한다면, 투자시점마다 최근 수익률이 가장 안좋거나 가장 매력적인 종목에 큰 비중을 두고 투자하고자 한다. 이 역시 자동화가 불가능한 부분이다. 고차원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귀찮지만 투자의 묘미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투자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했다. 가설, 실험, 증명 따위로 법칙을 찾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말인데, 평생 가지고 살아온 엔지니어의 습성 때문에 자꾸 법칙을 찾으려고 시도하고 자동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 시간에 산업을 공부하고, 기업을 분석하는 게 더 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