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의 시선>

게으른 투자자 2020. 6. 15. 13:59

주식투자자의 시선
국내도서
저자 : 박영옥
출판 : 프레너미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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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農心) 투자법을 설파하는 주식농부 박영옥이 쓴 책으로 개별 기업에 투자한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주식투자의 기본은 '내가 사업을 한다는 마음으로 기업을 사는 것'이다. 주주로서 대리경영을 통해 그 사업을 하겠다는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농심투자'라고 부른다. 근면, 성실, 정성, 감사. 이런 마음이 없으면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할 기업을 정성을 다해 고르고, 성실한 마음으로 살펴보고, 기업과 늘 소통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보며, 사업이나 경영에 도움이 되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알려주면서 동행하는 것.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갈무리하고 그 수확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농심투자의 핵심이고 내가 주식농부가 된 사연이다.

 

기업의 성장주기에 투자하자

이 책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기업의 성장주기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한 기업에 대해 4~5년을 보고 투자한다. 1~2년을 지켜보면서 소통하고 예상한 대로 성장해 갈 때 베팅한 후 2~3년을 더 기다린다.

 

여러 기업에 대한 투자 사례가 나오는데, 사례마다 주가 그래프상에 투자 구간이 표시되어 있다. 매수 시점은 오랜 준비 끝에 해당 기업이 향후 2~3년 동안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시점이며, 매도 시점은 성장주기가 마무리되었다고 판단한 시점이다.

 

기업의 성장주기에 따라 투자하고 기업과 동행하면 하루하루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할 일이 없다. 기업의 성장과정과 세상의 흐름을 보는 큰 안목을 가진 자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때의 피로도는 그렇지 않은 사람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벼울 것이다.

 

괜찮은 기업을 발견했을 때, '언젠가는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 급하게 투자금을 늘리거나, 목표가와 상관없이 무조건 장기 보유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투자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진짜부자 가짜부자>의 저자 사경인 회계사도 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기까지 준비과정이 보통은 1년이 넘는다고 하니, 기업을 충분히 파악한 후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노력은 상당한 것 같다. 

 

내 몫이 아닌 기회는 흘려보내자

'달리는 말'은 다시 만나기 힘든 기회처럼 보인다. 꼭 잡고 싶지만 내 몫이 아닌 기회는 흘려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아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같은 기회라 해도 내가 알지 못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자신의 투자전략과 무관한 기회는 무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주식시장에 돌아다니는 무수한 기회들을 다 잡을 수도 없을뿐더러, 노력 없이 잡은 기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스스로 노력하여 얻은 결과만 취하자.

 

게임주에 대한 공부를 할수록 기업과 업종 자체에 대한 확신은 서는데, 또 한편으로는 우리 애들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단순하게 사는 걸 좋아한다. 게임주에 대한 투자가 내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면, 내 행복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매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업종에 대한 확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가치관에 따라 투자를 철회한 저자의 선택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한 투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잠깐 투자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투자가 마음을 어지럽혀 삶에 영향을 주어선 안 될 것이다.

 

기업과 꾸준한 소통

저자는 주가창을 들여다보는 대신 현장을 오갔다.

 

미래를 놓고 확실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는 있다. 내가 공포에 빠지지 않은 이유는 고려개발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신은 '발품'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사 직원들, 현장 직원들, 보유 부동산 주변의 주민들을 만나면서 회사 직원들보다 회사 사정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직원들을 만나고, 심지어 주변 주민들까지 만나면서 동업자의 입장에서 기업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 개인적인 기업 탐방 등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투자하고 싶은 기업, 이미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주주총회, 기업설명회 등에는 가능하면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회는 변화에 있다

변화에서 새로운 사업이 탄생한다. 저자가 투자한 종목 대부분은 일상에서 발견한 기회였다. 한강둔치에 나들이를 갔다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고 삼천리자전거에 투자한 것이 하나의 예다.

기사를 볼때 기회는 오히려 경제면이 아닌 사회면이나 정치면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는 한류, K-Pop 열풍 기사를 보고 호텔신라에 투자했다.

 

우리는 증시에서 변화의 모습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가장 유용한 수단은 바로, 정부의 정책 방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의 방향만 잘 읽어도 경제의 흐름이나 기업의 성장성, 심지어 수익성까지도 대략 예측이 가능하다. 단기 예측은 어려워도 6개월, 혹은 2~3년 후의 중장기적 기업성과는 알 수 있다.

 

한국판 뉴딜 정책의 수혜를 입을 업종, 기업이 어디일지 예상하고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동업자의 기준으로 판단하라

누군가 동업을 제안했을 때 검토해야 할 항목과 투자 기업을 선정할 때 검토해야 항목이 다르지 않다.

  • 업종의 전망이 밝은가?
  • 이익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 어떤 위험이 있는가?
  • 동업자는 사업을 잘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 재무구조는 어떤가? 부채, 현금 흐름
  • 이익 배분은? 동업에 배당은 기본
  • 동업자는 정직한가?
  • 동업자가 생각하는 사업의 방향에 동의하는가?

 

최소한 개별 기업에 투자할 때 여기 나온 질문들에 대해서는 간단히 답변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할 것 같다.

 

피터 린치를 읽는 듯한 착각

피터 린치의 책을 동시에 읽었는데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도 저자도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피터 린치를 읽었을 것 같다. 이제는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자신의 것으로 믿고 있을 것 같은 교훈들.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하여 파악하기 쉬운 기업에 투자하라는 것, 자기 직업과 관련된 업종 또는 생활에서 투자 종목을 발굴하라는 것, 개인 투자자가 기관 투자자보다 오히려 유리하다는 것 등등. 

 

개별 기업 투자는 장난이 아니다

당분간은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개별 기업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본기가 갖추어져 있지 않고, 개별 기업 투자에 마땅히 투입해야 할 자원이 앞으로도 여의치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틈 날때마다 개별 기업에 투자에 필요한 지식과 인사이트를 늘려나가기 위한 노력은 지속할 생각이다. ETF로 분산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수익률 측면에서도 재미의 측면에서도 개별 기업 투자가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평생 투자해야 하므로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어느정도 준비가 되었을 때 천천히 발을 담구자.